TNGT라는 옷가게에서 알바를 할 때였다. 컴퓨터를 잘 다루던 나에게 사장님이 회원가입 전산화 작업을 맡겼다. 몇 년간 쌓아둔 회원카드를 모조리 꺼내어 컴퓨터에 옮겨적는 일이었다.
그 당시의 나는 화려하고 흘겨 쓴듯한 소위 '어른 글씨'를 좋은 글씨체라고 생각했다. 하지만 그런 '어른 글씨'들은 너무 알아보기 힘들었다. 글자들을 정확하게 옮겨 적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참 곤혹이었다. 나중에는 흘겨쓴 글씨를 보면 속이 부글거렸다.
그런 와중에 만나게 되는 또박또박 적어둔 정자체들이 참 고마웠다. 카드를 넘겼는데 글자들이 오밀조밀 또박또박 적혀있으면 '이 분 참 잘적었다.'라는 생각이 들었다.
좋은 글씨체는 알아보기 쉽고 명확한 글씨다. 글이나 코드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. 나의 글이나 코드를 읽는 사람이 '참 잘 적었다.'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.